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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하지 않은 소녀시대 유리 본문

스타 사진(화보)/소녀시대

뻔하지 않은 소녀시대 유리

행복 사랑 감사 합니다. 2013. 12. 5. 13:11

뻔하지 않은 소녀시대 유리 COSMOPOLITAN 영화 '노브레싱'의 첫사랑 '정은'을 연기한 그녀

영화 [노브레싱]에서 이종석과 서인국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정은’은 여자들이 질색하는 첫사랑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다. 툭하면 남자의 뒤통수를 때리고,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사정없이 닭발을 뜯는 그녀는 남자를 헷갈리게 하는 일도, 미안하다며 눈물 짓는 일도 없으니까. 내숭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유리를 만나고 나니, 그녀가 아니었다면 과연 누가 정은을 연기했을지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톱, 스커트, 재킷, 슈즈)비비안 웨스트우드

오늘 촬영 어땠어요? ‘어디 한번 찍어볼 테면 찍어봐’란 분위기로 카메라 앞에서 놀던데요? 진행 기자로선 고마운 일이에요. 촬영 콘셉트가 무엇이든 간에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포즈와 표정만 고집하는 여자 연예인들이 적지 않으니까요.
예전엔 저도 그랬어요. 데뷔한 지 얼마 안 됐을 땐 예뻐 보인다고 생각되는 포즈만 고집했는데, 계속하다 보니까 새로운 걸 시도하면서 제 자연스러운 모습이 드러날 때 오히려 더 예뻐 보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더라고요. 화보 촬영을 할 땐 콘셉트에 잘 어울리게 찍어야 가장 예쁜 사진이 나오는 것 같아요. 물론 얼굴도 가장 예뻐 보이고요.

뭐, 얼굴이 되니까….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하하.

오늘 입고 온 스타일(카무플라주 티셔츠와 검은색 스키니 진 차림에 검은 운동화를 신고, 군번 줄 같은 목걸이를 했다)도 예쁜데요? 평소에도 이렇게 입어요?
일단 편한 걸 좋아해요. 여성스럽게 꾸미는 건 저랑 잘 안 맞아요. 멤버들 중에는 여성스럽게 차려입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전 성격상 액세서리를 하고, 예쁘게 꾸미는 걸 잘 못 하겠어요. 편안한 스타일이 제일 좋아요. 색은 블랙이 좋고요.

유리의 트레이드마크는 검은 생머리인데, 촬영 전에 머리색을 투톤으로 바꿨단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나 하고요.
좀 지루했거든요. 머리색도 그렇고, 요즘 제 생활도 그렇고요. 화보 촬영 앞두고 머리에 변화를 주면 재미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화보 콘셉트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애더라고요.

(니트 톱, 체크 톱, 스커트, 슈즈)프라다

다른 멤버들이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금발로 염색하고, 파격적인 파마를 할 때도 유리의 머리엔 별 변화가 없었어요. 만약 본인의 스타일에 변화를 준다면 어떻게 하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앞머리도 잘라보고 싶고, 단발도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지금 말고 나중에요. 전 조금 천천히 가고 싶거든요.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다른 멤버들에 비해 변화가 거의 없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언젠가 스타일에 변신을 줬을 때 그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 같아요. 그때를 위해서 아껴두고 있는 거죠.

앨범마다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한 걸 그룹들을 보면, 어떤 스타일은 정말 최악이었다는 식으로 워스트가 있더라고요. 그렇게 따지면, 포털 사이트를 지배할 수 있다고 가정할 때 지우고 싶은 과거 사진이 유리에겐 없는 것 아니에요?
왜요, 저 워스트 진짜 많아요. 특히 공항 패션! 하하. 평소 워낙 편한 스타일을 좋아하기도 하고, 비행기를 탈 땐 특히 더 편한 복장으로 갔거든요. 근데 요즘엔 공항 패션에 대한 관심이 워낙 많아 전처럼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소녀시대 멤버 9명 가운데 코스모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 유리라고 생각해요. 건강하고, 에너지 넘치고, 섹시하니까요.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저야 너무 좋죠. 코스모는 멋진 여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잖아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잡지이기도 하고요. 너무 좋은데요?

본인이 섹시하다고 느낄 땐 어떤 순간이에요? 이땐 내가 봐도 내가 좀 괜찮다 하는 순간이요.
목욕하고 나왔을 때? 얼굴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고 있을 때요. 전 베이식한 걸 잘 소화하는 여자가 아름답다고 생각하거든요. 화려하게 화장해서 예쁜 것 말고 피부가 좋아서 예뻐 보이고, 머릿결이 정말 좋아 그냥 생머리로 예쁜 모습이요. 몸이 예뻐서 어떤 옷을 입어도 예쁜 것도 마찬가지고요. 아, 그리고 건강한 모습이 가장 예뻐 보여요.

(톱)프라다, (헤어 장식)피어스 앳킨슨 by 보이플러스

어젯밤에 SM타운 다큐멘터리 영화 [I.AM]을 봤어요. 전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공연하는 순간보다 각 팀이 데뷔 무대를 마치고 내려와서 엉엉 우는 장면에서 찡하더라고요. 정말 만감이 교차하겠다 싶어서요. 그 순간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해요?
그럼요. 그때가 SBS 방송이었어요. 7년 동안 갈망하던 무대에 서고 내려왔을 때의 기분은 정말 말로 설명하기 힘들어요. 멤버들이랑 서로 격려해주는데, 그 순간이 너무 벅차더라고요. 9명이 데뷔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으니까요.

정말 높은 경쟁률을 뚫고 SM 오디션에 합격했잖아요. 나중에 합격시킨 이유가 뭐였는지 들었나요?
아, 저 캐스팅한 분한테 물어본 적 있어요. “대체 뭘 믿고 절 캐스팅하신 거예요?”라고요. 그땐 제가 봐도 너무 못생기고, 노래도 못하고, 춤도 못 췄거든요. 말도 잘 못하고요. 심지어 카메라 앞에서 노래 부르다 울고…. 근데 뭔가 쑥스러워하는 게 하나도 없이 시키는 대로 다 하는 모습이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제가 초등학교 5학년이었어요.

빨간트레이닝복 입고 보아의 ‘Sara’ 춤을 추는 동영상을 봤는데, 그건 언제예요?
오디션 보고 1년 정도 트레이닝 받았을 때예요. 그땐 정말 무서운 것도 없고, 창피한 것도 모르고 그냥 좋아서 했어요.

연습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12년? 13년?
벌써 14년이 넘었어요.

가장 힘에 부쳤을 때는 언제예요?
연습생 때, 눈이 엄청 많이 내린 날이었어요. 길이 미끄러워 사람들이 밖에 나가면 안 된다고 했죠. 그런데 전 왜 그렇게 꼭 가야만 한다고 생각했는지, 학교 끝나자마자 연습하러 갔어요. 아니나 다를까 언덕길이 너무 미끄러워 여러 번 넘어졌죠. 그렇게 힘들게 갔는데 연습이 취소된 거예요. 예전엔 레슨이 취소될 때가 가끔 있었거든요. 2시간 걸려 왔는데 취소라니, 미리 연락 좀 해주지 싶어서 속상하더라고요.

(톱, 스커트)바네사 브루노, (슈즈)스튜어트 와이츠먼

그럴 땐 정말 길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싶지 않아요?
전 울었어요. 울면서 지하철을 탔는데 앉을 자리도 없더라고요. 그땐 연습 끝나고 만날 지하철 바닥에 앉아서 집에 갔어요. 근데 그날따라 바닥에 앉아 있는 제 모습이 너무 불쌍한 거예요. 성대결절도 생겼는데 평가받는 날은 얼마 남지 않았고…. 돌아가는 상황이 뭔가 다 마음에 안 들어서 힘들었어요.

털털해 보이는 모습과 달리 완벽주의자인 것 같아요. 연기 공부를 하면서도 발성이 잘 안 돼서 운 적이 있다면서요?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땐 소녀시대 유리의 모습을 깨는 게 먼저였어요. 수업을 들을 땐 남들보다 더 괴짜스러운 걸 해야 할 때가 많았고요. 예를 들어 둘씩 짝을 지어 서로 거울이라고 생각하며 따라 하는 미션이 있었는데, 남자 동기가 몸이 불편한 사람을 연기하면서 얼굴을 있는 대로 구기더라고요. 그걸 제가 따라 해야 하는데 아직 동기들이랑 친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하려니 너무 쑥스러운 거예요. 하지만 할 수밖에 없고, 해야만 하는 거잖아요? 그런 연습을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깨지는 것이 있었어요. 내가 쌓은 벽을 내가 허무는 게 중요하다는 걸, 평범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연기는 수업 시간에 배우는 것보다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경험을 하면서 느끼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활동하면서 한 살씩 나이를 먹고, 그러면서 감정이 조금씩 무뎌지는 걸 느낄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전 제가 경험한 소소한 감정을 잘 기억해두려고 해요. 어떤 순간의 표정 같은 것들이요.

하긴 스킬은 하다 보면 늘어나는 거니까요.
그래서 연기할 땐 기계적으로 하거나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감성이란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어린아이만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한 감정을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게 노력해야겠단 생각을 많이 했죠.

소녀시대 유리를 보면서 예쁘다고 느낀 건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른바 ‘깝치는’ 모습을 볼 때였어요. 그런데 연기를 시작한 후론 예능 MC들의 그런 요구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한동안 헷갈렸던 순간이 있었어요. 나중에 연기를 하려면 다양한 색깔을 보여줘야 하는데, 한정된 이미지를 가져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까불까불한 이미지로 굳어지면 연기자로 자리 잡기 어려울까 봐, 그게 겁이 나서 저를 가두려고 했어요. 그런데 결국은 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하라고 하면 예전보다 더 잘할 것 같아요. 하하.

무대 위에선 카리스마 넘치다가 예능에선 제대로 망가지는 식으로, 상황에 맞게 매력을 발산하는 여자 연예인은 몇 안 되죠.
전 정말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효리 언니를 보면 너무 좋아요. 늘 당당하잖아요. 언니가 채식주의자로, 또 봉사 활동을 하며 사는 삶은 타고난 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삶이고요. 그렇게 삶을 개척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곡을 직접 만들고, 매번 새롭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때도 그렇고요. 연예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라이프는 지키는 모습도 정말 부러워요. 결혼도 그렇고요.

유리의 팬 중엔 윤종신이나 성시경 같은, ‘뭘 좀 아는’ 오빠들이 유난히 많은 것 같아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전 정말 모르겠어요. 근데 제가 생긴 거랑 다르게 좀 어설프거든요. 제 첫인상이 어떤지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대부분 별로 안 좋았다고 말해요. 차갑게 보인다고 다가오지 못하는 친구도 많았고요. 그런데 옆에서 보면 제가 좀 실수를 많이 한대요.

제가 의외라고 생각한 건, 예전 인터뷰에서 인상 깊은 여배우를 묻는 질문에 [라 비 앙 로즈] 속 마리옹코티아르라고 말한 거예요. 관객들이 울다 지치는 영화 속 비련의 여주인공이 좋았다니까, 보이는 것과 달리 우울한 구석도 있는 건가 궁금해졌죠. 사람들이 잘 모르는, 유리의 ‘의외의’ 모습엔 어떤 게 있을까요?
일단 고민이 너무 많아요. 뭔가를 선택하기 전에 정말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면서 고심하거든요. 생각이 많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감성적일 때가 많고요. 요즘은 사람들이 많은 곳은 너무 싫고 조용한 곳이 좋아요. 친구가 많을 것 같지만 정말 소수의 친구들과 깊게,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는 편이에요. 오랫동안 알아온 스태프들과 계속해서 일하고요. 쉬는 날엔 사람들을 만나는 것보다 혼자 조용히 쉬는 걸 좋아해요.

본인한테 들어온 드라마나 영화 대본을 검토하다가 ‘나한테 이런 모습도 기대해?’ 하고 놀란 적은 없어요?
그런 건 없어요. 전 정말 다양한 색깔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패션왕]의 ‘안나’ 역할이 들어왔을 땐 과연 내가 이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하긴 했어요. 이제껏 보여준 모습은 발랄한 캐릭터였는데, 과연 사람들이 나를 엄청 깐깐하고, 도도하고, 야망이 있는 ‘안나’로 바라볼 수 있을까 하고요. 그런데 알고 보니 감독님이 저에 대해 잘 모르고 캐스팅하신 거였어요. 제 사진 중 한 장을 보셨는데, 그게 딱 ‘안나’의 모습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차가운 얼굴 뒤에 뭔가 사연이 있을 것 같았대요.

잘 몰라서 가능한 캐스팅이었군요? 하하.
감독님이 저에 대해 잘 모르신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덕분에 사람들이 저에 대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었으니까요. 저한테 들어오는 시나리오를 보면 공통점이 하나도 없는데, 그래서 좋아요.

[패션왕]에 출연했을 땐 뭐랄까, 침전돼 있는 느낌이 강했어요. 캐릭터가 워낙 복잡한 점도 있었지만, 연기하는 사람도 캐릭터가 버거워 보였죠. 그런데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노브레싱]에서 맡은 ‘정은’이란 캐릭터는 ‘안나’와는 정반대로 밝고 자유로운 인물이에요. 현장에 가는 기분부터 다를 것 같은데요?
완전히 달랐죠. 촬영 현장에 갈 땐 제 컨디션이나 상황에 상관없이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캐릭터의 밝고 건강하고 싱그러운 에너지가 저한테까지 영향을 주더라고요.

첫 영화 촬영장은 어땠나요?
영화는 정말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었어요. 영화가 대체 뭐길래 이렇게 사람들이 열광하고, 재미있게 보는 걸까 궁금했거든요. 드라마 작업과 비교해서 말하자면 영화 촬영이 제 성격엔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전 어떤 일을 할 때 완전히 몰입해서 시간을 투자하고 더 많이 노력할 수록 성취감이 커지거든요. 결과를 떠나, 제가 많은 시간 동안 이 역할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현장 스태프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호흡도 너무 좋았고요. 드라마는 첫 작품에서 무거운 캐릭터를 맡은 데다 현장이 워낙 숨 가쁘게 돌아가니까 버거웠던 면이 없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감독님과 소통도 많이 하고, 여유 있게 찍으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영화의 한 장면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애를 쓰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지 알게 됐고요.

(점프 슈트)구찌, (브라톱)프리 마돈나

촬영 중간에 유리는 돌고래 초음파 같은 소리를 냈다. 사진가가 원하는 포즈를 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아서였다. 머리를 감듯 머리카락을 전부 내린 채로 고개를 숙였다가 들어 올리는 동작을 반복하는 사이 얼굴이 점점 벌게지더니, 결국 비명이 터진 것이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너무 아쉬운지 눈엔 물기까지 보였다. 폭설이 내린 날 연습실에 갔다가 허탕 치고 돌아오는 길에, 연기 수업을 받으며 발성이 잘되지 않을 때 울었다는 유리의 그 순간들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스쿠버 자격증을 땄을 정도로 물에서 하는 스포츠를 좋아하잖아요? 수영을 소재로 한 영화에 캐스팅됐단 소식을 듣고 당연히 수영 선수로 나오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수영 대신 기타 치며 노래하는 유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던데, 기타 연주와 보컬 연습도 따로 했나요?
네, 이번에 기타를 배웠어요. 기타 치면서 노래를 하고 싶단 로망은 전부터 있었어요. 팬들한테 선물 받은 기타와 공연할 때 선보이고 싶어 1년 전에 사둔 기타도 있었는데, 막상 닥치지 않으니까 안 하게 되더라고요. 기타가 썩고 있었죠.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 기회가 생긴 거예요. 극 중에서 창작곡도 두 곡 정도 불러요. 하나는 록 발라드고, 다른 하나는 어쿠스틱한 곡이에요. [노브레싱] 촬영을 하면서 가장 기분 좋았던 일은 연기를 하면서 기타랑 노래를 배운 거예요.

수영을 하는 역할도 아닌데, 감독님이 유리를 캐스팅한 이유가 뭐라고 하던가요?
감독님이 절 만나기 전에 보신 제 사진이 천 장이 넘더라고요.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모습이나 평소 모습도 많이 찾아보셨고요. 처음 미팅했을 때 감독님이 저한테 “정은이는 유리 같았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서 정은이의 캐릭터에 대해 여쭤봤더니 뻔한 첫사랑이 아니래요. 청순가련형의, 바람 불면 휙 하고 날아갈 것 같은 그런 첫사랑 말고, 남자들 사이에서 내숭 떨지 않고 털털하면서 당돌하고, 밝은 여자애라고요. 같이 있다 보면 ‘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드는 4차원 같은 이미지도 있지만, 가끔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 보면 따뜻한 조언을 해주는 매력적인 인물이라고요. 그러면서 평소에 절 보고 있으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고, 밝아 보이긴 하지만 뭔가 사연이 있을 것 같고, 자신의 꿈을 위해서는 이런저런 눈치 보지 않고 해나갈 것 같다고 하셨어요. 처음엔 제가 생각한 정은이의 모습을 연기했더니 감독님이 그러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냥 제 모습대로 하라면서요.

실제로 연기해보니, 정은이는 정말 뻔한 첫사랑이 아니던가요?
일단 정말 털털해요. 남자 때문에 설레거나 내숭 떠는 걸 볼 수 없어요. 툭하면 인국 오빠(원일 역) 머리를 때리고, 종석이(우상 역)가 자신을 좋아하는 걸 눈치채고도 그 앞에서 닭발을 마구 뜯어 먹어요. 보통 여자들이 자기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그러기가 쉽진 않잖아요? 그런데 정은이는 그렇게 해요.

남자들이 자신을 좋아하는 줄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뻔히 알면서도 그런다고요?
안중에도 없는 거죠. 남자들이 자신을 좋아해주는 게 정은이의 인생에선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아요.

그럼 정은의 삶에서 중요한 건 뭐예요? 뮤지션의 꿈?
네. 정은이에겐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해요.

이번 영화를 촬영하며 참고한 영화 속 캐릭터가 있나요?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 언니요. 그런 털털한 캐릭터에 가까워지려고 여러 번 봤어요. 근데 제가 맡은 정은이란 캐릭터는 그렇게 예쁘지 않아요. 보면서 예쁘다, 여성스럽다는 생각이 절대 안 들 거예요. 막 욕을 하는 장면도 나오는데, 감독님이 애드리브로 하라고 하셔서 ‘평소에 못 했던’ 욕을 과감하게 했더니 스태프 중에 저한테 배신감을 느낀 분들도 있더라고요. 욕 못 할 줄 알았더니 그래도 되느냐며…. 하하.

(드레스)이로, (팔찌, 반지)쟈딕앤볼테르

여자들도 좋아할 만한 캐릭터네요.
전형적인 첫사랑 캐릭터가 아니라 연기하면서도 재밌었어요. 남자 둘이 자기를 좋아하는데,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게 없으니까요. 그래서 더 남자의 마음을 흔드는 것 같아요.

첫주연작 드라마에선 유아인•이제훈과 호흡을 맞추더니, 첫 주연작 영화에선 이종석•서인국과 호흡을 맞췄어요. 다른 건 몰라도 남자 상대역 복 하나는 확실히 터진 것 같은데, 요즘 최고 대세남들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처음엔 두 남자가 제가 생각하는 이미지와 정반대라 좀 놀랐어요. 인국 오빠는 자상한 오빠 이미지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까칠한 느낌이 있고, 종석인 반대로 굉장히 시크할 줄 알았는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장난스러움이 있더라고요. 제가 극 중에서 인국 오빠를 자주 때리는데, 그런 연기를 할 땐 왠지 미안하잖아요? 그런데 인국 오빠가 더 세게 때리라고 해주니까 연기할 때 굉장히 편했어요. 오빠는 굉장히 털털한데 한편으로 나쁜 남자의 분위기가 있어요. 종석이는 함께 연기하는 첫 신에서 NG가 나니까 제 팔을 깨물더라고요.

정말요? 누가 NG를 낸 건데요?
종석이요. 하하. 너무 당황해서 ‘얜 어느 별에서 온 거지?’라고 생각했다니까요. 나중에 제가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그랬냐며 기억을 못 하는 거예요. 그게 평소 성격인 거죠. 까칠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잘 챙겨주더라고요.

정은이는 두 남자에게 관심이 없지만, 내가 정은이라면 두 남자 중 누구를 선택하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생각해봤는데, 둘 다 선택하지 않는다는 게 결론이에요. 정은이란 인물은 극 중의 두 남자한테 만족을 못 해요. 정은이한테 원일이는 오랫동안 키운 강아지 같아요. 좋은 친구의 느낌인 거죠. 우상이는 새로 알게 된 오빠 같은 느낌인데, 이 둘을 섞어놓지 않는 이상 정은이의 맘을 흔들 순 없을 것 같아요. 제3의 남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계속 기타만 칠걸요?

다음 주에 [노브레싱] 제작 발표회가 있잖아요? 분명히 이종석과 서인국 둘 중 누굴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게 될 텐데, 뭐라고 답할래요?
맞다! 그럼 어쩌죠? 음… 전 그냥 정은이처럼 대답할래요. 둘 다 선택 안 할 거라고. 하하.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도 그렇지만, 앞으로 유리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요. 예전부터 핑크 등 퍼포먼스 강한 여자 뮤지션들처럼 멋진 공연을 하고 싶다는 이야길 했는데, 콘서트에서 검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시애라의 ‘1, 2 Step’을 공연하는 영상을 보니까 언젠가 힙합 스타일 앨범을 내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도 나중에 효연이랑 같이 걸스 힙합 유닛으로 활동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적 있어요. 그리고 연기는, 제가 정말 계속하고 싶은 일이에요. 천천히, 오래도록이요. 앞으론 더 다양한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영화에는 정말 많은 캐릭터가 있잖아요? 어떤 캐릭터든 상관없어요. 제 안엔 정말 다양한 모습이 있으니까요. 옷을 입고 벗듯, 그 인물을 연기하는 거죠.